2025년 초, 제너럴리스트를 외쳤습니다.

제가 당시 빠졌던 말은, 다른 누군가가 저에게 말했던 말인 "스페셜리스트보단 제너럴리스트가 되자" 였습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다보면 그 인간 지식의 한계는 AI가 금방 따라오므로, 그런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이를 총괄하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되어 과거보다 더욱 넓은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의 의도에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그 말에 빠져 잊고 있던 부분이 있음을, 더욱 진보되어 많은 일(Job에만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 아닌, Work의 의미)을 하는 AI를 보며 떠올렸습니다. 넓은 분야에 개괄적인 지식을 갖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과거보다도 더 중요해졌지만, 적어도 하술할 형태의 조직 내에선 좁은 분야의 깊은 지식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다시 스페셜리스트는 각광받을 것입니다.

시선을 '작업'이 아닌 '지식'으로 돌리면 어떨까요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구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는 작업 능력을 위주로 평가되었습니다. 내가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백엔드 개발자",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와 같은 식으로 구분되어 평가합니다. 그런데 이제 대부분의 작업은 AI가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평가를 하고, 피드백을 주면 됩니다. 피드백도 자연어의 형태로 하면 되기 때문에, '작업 지시' 그 자체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AI의 산출물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능력(AI 리터러시)은 일단 그 분야에 대한 도메인 지식이 있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AI 산출물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지식'은 필요로 합니다. 그런 면에서 '모든 작업을 어느정도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는 당연히 중요한 유형이지만, '한 분야의 지식을 깊게 알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는 더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스페셜리스트(특별한 작업 능력은 없지만, 분야 내 특별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를 도메인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쯤에서 이 글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해 덧붙이고 가겠습니다. 딱 잘라 정해둔 것은 아닐테지만, 원래 스페셜리스트, 제너럴리스트의 구분은 '지식'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유래라고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현실은 작업능력과 지식의 정비례 관계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러한 -ist 들이 작업까지 잘 해야한다는(실무에 즉시 투입되어 Legacy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인식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 분야에 지식이 깊은 사람을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실무에 투입되어 작업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어휘가 된 것이죠.

Windows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 원래 의미의 스페셜리스트: Windows 시스템과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깊은 사람. 개발 능력도 보통 비례하기 때문에, 개발도 잘 합니다.
  2. 현실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스페셜리스트: 견고한 Windows 응용 프로그램을 척척 개발해내는 사람.
  3. 이 글에서 설명하는 도메인 스페셜리스트: 개발을 잘 못해도, Windows 시스템의 내부 동작 원리나 설계 철학, 구조적 제약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

도메인 스페셜리스트의 중요성과, 필요 조건

이들은 직접 코드를 짜지 않더라도, 그 시스템에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검증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AI가 한 작업의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커지는 세상에선 도메인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더욱 리터러시 능력이 좋을 것이고, 당연히 사람의 지식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너럴리스트보단 도메인 스페셜리스트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너럴리스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전체적인 작업을 총괄하는데 아주 중요한 능력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혼자서 사업을 꾸리거나, AI와 함께 넓은 일을 할 때에도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구현하기에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고, 세상을 선도하기에도 적합할 것입니다. 즉, 규모가 있는 조직 내에서의 관리자급이 되면 제너럴한 사람들이 아주 좋을 것입니다.

한 분야에 깊이는 얕을지라도 모든 일에 두루 능한 제너럴리스트 오케스트레이터가 존재하는 조직에선
그들에게 조율을 맡기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적의 리터러시를 보이는 도메인 스페셜리스트가 각광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스페셜리스트보단 제너럴리스트가 되자'라는 말을 절대가치로 두고 직독하면 안될 것입니다.
'큰 사람이 되자',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자' 정도의 아주 넓은 범위의 말이고, 예외라고도 부를 수 없는 다양한 상황들이 이 말과 반대되는 결과도 만들 것입니다.

아주 가까운 미래도 예측 못하는 인간이
아주 천진하게 쓴 주관적 글임을 감안해주세요.